프리버드 - 여성보컬데이

그제에 이어 어제도 홍대로.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어제 저녁엔 요가 학원이 아닌 클럽으로 향했다는 것이지. 베이스 선생님이 프리버드에서 공연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순환선을 빙 둘러 한참을 달린 끝에 홍대입구 역에 도착했다.

그때가 6시 50분쯤이었나? 어차피 이 날의 첫 주자가 아니기에 느긋한 마음으로 약도를 살피며 길을 걸었다. 하지만 대체 피자헛이 어디 있단 말이더냐? 길을 따라 내려갔다 다시 돌아오기를 반복하다 ”이게 아닌가벼”. 업무용인 회사 프린터를 유용하여 찍어낸 약도를 접고 구글 맵을 검색하여 새로운 루트를 뚫었다. 그렇게 하여 난생 처음 프리버드에 도착하긴 했으나 구글 맵을 보고도 길을 헤매는 천성은 어찌하지 못했다. 35분이나 길을 헤매다 클럽에 도착했을 무렵엔 살인적인 무더위에 맛이 간 나머지 오랜 세월 애써준 필립스 출신의 MP3 플레이어와 신참 소니 이어폰과 영원히 헤어진 후였다. 그나마 이 사실도 클럽을 떠나 지하철로 향하던 길에 깨달았으니……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안 좋군

지인은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에 가끔 가던 프리버드가 아직도 있냐?”라고 하던데 아직도 있다. 하기야 내겐 첫 방문이니 어제 간 프리버드가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의 프리버드인지, 소유주는 여전히 같은 사람인지, 술값은 얼마나 올랐는지 그런 건 모른다. 그저 그러려니 하고 짐작할 뿐.

이 날은 여성보컬데이라 저녁 11시까지 네 개 밴드의 아리따운 여성을 보는 재미와 다양한 음악을 듣는 즐거움이 함께 했다. 라인업은 아래와 같다.

시원한 클럽 안으로 들어왔을 땐 스토리셀러의 공연이 절반쯤 끝난 상태. 후에 멜론에서 들었던 앨범보다 현장에서 느끼는 화끈함은 역시, 달.랐.다. 놓쳐버린 곡이 아쉬울 따름이다.

루버더키는 참…… 귀엽더라. 솔직히 음악은 현장보다 앨범이 더 인상적이었는데 라이브 실력이 나빠서가 아니라 그 귀여움에 현혹된 탓이 아니었나 싶다.

힛더나인이 원래 목표로 삼은 밴드. 중간에 들어온 N님을 발견하고 한두 마디 대화를 주고 받았다. 공연 준비로 바쁜 분은 보내드리고 또 다시 나초 한 조각, 맥주 한 모금을 반복했다. 그러고 보니 여담이지만 프리버드 홈페이지에 힉더나인이라 소개됐길래 이 사실을 고자질한 사람이… 그렇다. 바로 나다!!! 번역질을 좀 해서 그런지 오타만 보면 정의감에 불타고 만다.

하여튼 힛더나인은 유투브 동영상으로 봤을 때 어렴풋이 짐작했지만 딱 90년대 스타일이다. 90년대 초부터 배철수의 음악캠프 등을 통해 팝 음악에 노출되어 살아온 사람에겐 뭐랄까, 향수를 불러일으킨 달까? 이 날 공연 중에 관객 반응이 가장 좋았던 것도 그런 탓일까? 따지고 보면 드럼을 제외하고도 여성이 무려 다섯이니 숫자로 이미 압도적이긴 했다. 보컬 셋이 앞에서 춤추며 노래를 하니 후끈 달아오르지 않으면 불감증을 의심해봐야 할지도.

그러고 보니 세상엔 몇 가지 부류의 드러머가 있는데 힛더나인의 경우엔 “느끼는  타입”이더라. 폭넓게 관찰하기 좋은 뒷자리에 앉아 건반부터 드러머까지 면밀히 살펴보았는데, 드러머의 표정이 어찌나 웃기던지. 다음엔 꼭, 그 분의 느끼는 얼굴을 사진으로 남기고 싶다. 흐흐흐.

베이스에 대해선 언급 회피. 일단 객관적인 위치가 아니기 때문에 뭐라 말해도 공정하지 않을 것 같다. 보컬은 안 보고 베이스만 집중해서 보는 건 앞선 공연부터 그랬지만(그러고 보니 베이스가 보컬인 경우도 있긴 했지), 힛더나인에선 정도가 심했던 탓에 보컬이 열심히 율동을 보여줘도 사실 기억이 잘 안 난다. 그러니 더 이상의 언급은 무의미하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본 공연은 Be My Guest.

전자 음악에 액시드 재즈적인 요소가 섞였던데 늦은 밤에 듣기에 더 바랄 게 없었다. 베이스의 그루브가 참 인상적이어서 N님과는 색다른 맛이었다. 카페 가서 살펴보니 기타리스트는 정식 멤버는 아니었나 본데 역시 한 실력했고 보컬, 기타리스트, 베이시스트 셋이 쇼맨십을 보여줄 땐 흥겨움이 배가 됐다. 특히 베이시스트는 그 큰 덩치로 귀여운 동작을 줄곧 보여주니 한편으론 웃기기까지 했다. 그리고 보컬의 Sunnie L.양? 씨? 에겐 제일 중요한 할 말이 있다.

Be My Guest의 보컬 Sunnie L.과 베이스 Jerry

비마이게스트 #003

클럽에서 사진 찍어본 적이 없어서 이모양 요꼴. 베이스의 그루브는 그렇다 쳐도 보컬의 매력이 사진 노이즈에 가려 안타까울 따름. 알흠다운 본연의 모습을 보고 싶다면 공식 카페에라도 가보면 된다.

“이상형이예요!!!”

사실 그렇다. 이상형이 매번 바뀌긴 한다. 그래도 매력적으로 느껴지긴 하더라. 보컬에 집중하지 않고 연주자를 골고루 보는 편인데 자꾸 눈길이 중앙으로 쏠리는 걸 어찌하긴 힘들었다. 보컬과 마주보는 자리에 앉아서 감미로운 목소리를 듣자니 그 소리가 나만을 위한 것 같기도 하고 자꾸 망상에 들려 하는 걸 간신히 다 잡았다. 다음엔 대형 현수막이라도 제작해 갈까?

이상이 2010년 8월 20일 프리버드에서 있었던 여성보컬데이에 대한 소회였다. 그럼 안녕.

최 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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