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된 메밀 ‘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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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ost last modified:February 8, 2020

오늘은 후배 둘을 만났다. 교환학생으로 프랑스에 갔다 온 후배들인데, 커플끼리 1년을 잘 지내다 돌아온 모양이었다. 못 본지 2년이 넘었기에 오늘 만남을 기대하고 있었다.

이틀전부터 이 친구들을 어디로 데려갈까 고민을 거듭했다. 처음에는 회사 앞 메이찬에서 저녁을 먹을까 싶었지만, 지연이가 해산물류에 알러지가 있기 때문에 관뒀다. 퓨전 중국 요리인데, 주요 메뉴에 해산물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결국 고등학생 때부터 즐겨찾는 미진을 가기로 했다.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만난 이 커플은 예전과 많이 달라지지 않은 모습이었다. 까포는 전보다 더 아저씨 같아지고 지연이는 제법 꾸밀 줄 알게 되었지만, 1년간 한국 밖에 머물러 있었던 것 같아 보이진 않았다.

지연이는 집이 천안이라 너무 오래 붙잡을 수 없어서 바로 ‘미진’으로 향했다. 광화문 교보문고 지상 출입구로 나오면 버거킹이 보인다. 안타깝게도 ‘미진’을 모르는 사람들이 어디서나 먹을 수 있는 인스턴트 햄조각을 먹으러 버거킹으로 향한다. 오늘도 나는 그들을 안쓰럽게 바라보며, 왼쪽 골목으로 들어갔다. ‘원조 1954 미진…’이라는 파란색 간판이 친숙하게 다가왔다.

안타깝게도 오늘 카메라를 집에 놔두는 바람에 사진 한장 못 찍었다. 그래서 사진을 퍼왔는데, 출처는 다음과 같다.

미진 간판

나는 경복 고등학교에 다녔기 때문에 자주 시간을 내서 교보문고에 갔다. 덕분에 ‘미진’이라는 맛집을 알게 됐고, 광화문에 갈 일이 있을 때마다 꼭 ‘미진’에 들리곤 했다. 이 곳은 일종의 개인적인 장소라서 친하지 않은 사람과는 같이 오지 않는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더욱 이번 기회에 두 후배들을 데려가야겠다고 생각했던 건지도 모르겠다.

미진은 아주 훌륭한 맛집이지만, 가격이 저렴해서 예나 지금이나 메밀국수 가격이 오천원이다. 본래 ‘메이찬’의 디너 가격에 맞춰서 예산을 잡아서, 지갑은 두둑했다. 미진에 자주 올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오랜만에 보는 후배들이라 메밀이 들어간 음식을 거의 다 주문했다. 메밀 국수, 메밀 전병, 메밀 김치전, 메밀묵, 그리고 보쌈까지 5가지 메뉴를 셋이 전부 해치웠다. 메밀이 들어간 음식 중에 딱 두개만 주문하지 않았는데, 그 메뉴에는 메밀묵이 들어가는지라 사실상 모든 메뉴를 먹어치운 셈이다. (그렇게 먹고도 4만 9천원밖에 안 나와서 예산의 1/4만 쓰게 됐다.)

메밀묵

보쌈

메밀국수

아쉽게도 메밀전병과 메밀김치전을 제대로 찍은 사진 찾기가 쉽지 않다. 카메라를 가져갔어야 하는건데 말이다.

까포와 지연이도 맛에 만족한 것 같았고, 나도 오랜만에 같이 떠들(사실 나만 떠든 것 같지만) 상대를 만나서 신나게 재잘댔다. 회사에서 받은 스트레스는 어느새 다른 차원으로 날아가 버렸다. 1시간 정도 식사를 하고, 늦지 않게 집에 갈게끔 두 후배를 놔주었다. 시간이 충분하면 광화문과 종로 거리에 널린 수많은 볼거리를 하나씩 들려보면 좋을텐데, 아쉽게도 그럴 수는 없었다. 아쉽지만 복학하면 학교에서 지겹게 볼 수 있을테니 그쯤에서 헤어지기로 했다.


이쯤에서 글을 끝마치려다, 더 할 말이 생각났다.

‘미진’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가끔 있다. 어떤 사람은 깔끔하지 못한 인테리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 사람들은 광화문이나 종로의 멋을 모른다고 밖에 할 말이 없다. 강남에 가서 스파게티나 먹는게 속 편할거다. 광화문에는 수많은 맛집이 있는데, 그 중 대다수는 화려함이나 세련됨과는 거리가 멀다. 그곳에는 나름대로의 역사, 에피소드, 그리고 맛을 간직하고 있다. ‘미진’의 경우만 하더라도 김기창 화백이 즐겨찾은 곳이다. 이곳에 와서 인테리어 운운하면, 사실 가소롭다.

맛에 대해서라면 잘 모르겠다. 왜 맛이 없다는걸까. 일단 ‘미진’의 메밀국수는 깔끔함으로 승부하지 않는다는 것은 확실하다. 오히려 단맛이 강하다. 그래서 별로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만약 그렇다면 다른 메밀 음식을 주문해보는 것은 어떨까? 생각이 바뀔거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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