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가 뒤틀리면 속에 든 말을 내뱉곤 한다. 솔직함이 언제나 중요하지만 화가 났을 땐 잠시 열을 식히는 편이 낫다. 지난 번엔 조금 심하다 싶을 정도로 사고 친 정부 조직을 힐난했지만, 세상살이가 그렇듯 잘 하는 곳이 있으면 못하는 곳도 있고, 잘 할 때가 있으면 못 할 때도 있다.
퇴근하고 돌아오니 재산세를 납부해야 한다길래 서울시 ETax 시스템에 접속했다. 한참 스타리그 경기가 진행 중이라 내심 귀찮았다. 한데 그런 생각도 잠시 뿐이고, 깜짝 놀라고 말았다.
- 납기말 전용 간략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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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페이지가 너무 깔끔했다. 좋게 말해서 그렇다는 것이고, 사실 허접하기까지 했다. 어딜 가나 플래시와 그림 파일로 도배를 해놓는데, 서울시 ETax 시스템에 접속한 순간 구글이라도 들어온 줄 알았다. 정신 차리고 메뉴를 쭉 살펴보니, 페이지 상단에 납기말 전용 간략화면이라는 문구가 있었다. 이를테면 지방세 납기 말일이라 납세자들이 행여나 미로 같은 메뉴를 헤집고 돌아다니지 않게끔 정리해놓은 것이다. 간단하지만 세심한 배려가 아닌가? 10분만 늦으면 연체가 되는 상황인데, 독수리 타법을 구사하는 사람이라면 지방세 메뉴를 찾는 시간조차 엄청나게 부담될 것이다. 스타리그 경기를 빨리 보고 싶은 사람에게도 마찬가지고 말이다.
평소 서울시 행정 서비스가 특별히 좋다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는데, 오늘은 감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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