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기며 살면 안 될까?

자주 가는 블로그에 불이 붙었다. 다름 아니라 서태지 공연에 마릴린 맨슨이 참여한 것을 두고 주인장이 비판을 했기 때문이다.

물론, 마릴린 맨슨은 자기 공연에서 폭력과 섹스 퍼포먼스를 감행하는 충격으로 유명한 사람이다. 음악적 수준을 떠나서, 여성 스트리퍼들이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행동을 보이는 등 자극적인 공연을 하는 게 특기이다.  이번 공연에선, 마릴린 맨슨은 바지를 벗은 뒤 기타리스트의 얼굴을 자신의 성기에 갖다대는 퍼포먼스를 보였다. 갑작스러운 돌출 행동에도 불구하고 몇 연예인들을 비롯한 공연 관객들은 환호하며 그의 퍼포먼스를 즐기니 썪어빠질 가관이다.

굵게 표시한 부분이 감정을 드러낸 대표적인 부분이다. 사실, 자신의 블로그니 무슨 말을 해도 괜찮지만 이번처럼 감정이 순화되지 못한 상태로 글을 쓰다 보면 과격한 표현이 많아지고 그에 따라 반발로 크게 사게 된다. 흥분한만큼 논리가 빈약해지니 그럴 수밖에 없는데 나 역시 여러 번 겪은 일이라 이번 사태에 기름을 부을 생각은 없다.

Marilyn Manson, live in Florence 29/05/2007

참고. 여기 쓰인 사진은 라이센스가 있으니 꼭 확인하세요.

나는 그저 성기를 드러내는 그런 썩어빠질 행동을 즐기는 사람도 많다는 걸 말하고 싶다. 영화 매트릭스의 주제곡을 시작으로 맨슨의 여러 노래를 들어봤다. 일부 곡은 뮤직비디오를 봤는데 주인장이 언급한 This is halloween도 그 중 하나다.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장면이 많았는데, 난 그저 웃었다. ‘완전 또라이네. 제대로 노는데 ㅋㅋ’. 이런 반응이 전부였다. 오히려 한국에선 저런 사람이 안 나와서 아쉽다는 생각까지 했고, 언젠가 한국판 맨슨이 나오면 한국이 정말 개인의 자유가 폭넓게 보장되는 사회가 됐다는 뜻이겠거니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대중음악, 대중문화는 즐기면 된다. 스윙 재즈, 블루스, 락앤롤, 모던락에 이르기까지 섹스 어필은 항상 대중문화의 원동력이었다. 실은 젊음, 락, 섹스는 떼놓고 보기 힘들다. 히피 문화에선 마약이 중요한 역할(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을 했으며, 영미 문화권에서 역대 최고의 뮤직비디오로 꼽는 작품을 보면 참 촌스런 섹스 어필 장면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그 역사를 외우고 다닐 정도의 전문가는 아니어서 세세히 논증하긴 힘든 게 아쉽다). 미국이 아닌 한국의 경우도 마찬가진데 저멀리 거슬러 올라가 춘향전 원본을 읽어보면 낯 뜨거운 대목이 참 많다. 참 재미있는 건 그 당시 기록을 살펴보면 ‘쯧쯧, 요즘 젊은 것들은!’이란 반응을 보였단 사실이다. 예나 지금이나 이런 점은 변하지 않은 듯 하다.

마릴린 맨슨이 사탄 숭배자란 비판을 많이 듣고(사실 기독교 신자가 아니면 별상관 없는 사실이다),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나처럼 그저 즐기고 심각하게 반응하지 않는 사람도 많다.  모르긴 몰라도 서태지의 공연에서 마릴린 맨슨이 사고쳐주길 기대하는 사람도 많으리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이런 사람들을 모두 썩어빠질 존재로 치부해야 할까? 아니면 뭘 모르는 불쌍한 영혼이라 생각해야 할까? 나로선 그 어느 쪽도 거부할 수밖에 없다.

장황하게 글을 썼지만 내가 하고픈 말은 간단하다. 그냥 즐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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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재훈

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고성능 서버 엔진, 데이터베이스, 지속적인 통합 등 다양한 주제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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