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 노트] 5월 – 소프트웨어 분야의 구루와 만난다

이 글은 월간 마이크로소프트웨어(일명 마소) 2007년 5월호 커뮤니티 노트 칼럼에 기고한 글입니다. 물론 구성이나 내용 상의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얼마 전에 데스크톱 컴퓨터를 정리하다가 2003년도에 소프트웨어 공학 개론 과제로 쓴 에세이 독후감을 발견했다. 아직 실무를 해보지 않은 풋내기일 때였다. 하나씩 펼쳐서 읽어보니 역시나 어딘가 철없고 현실과 동떨어진 인식을 보이는 것 같아 씁쓸했다. 아직 부족하지만 이렇게 예전 글을 보고 어설프다 느끼는 것은 자신이 성장했기 때문일 것이다. 돌이켜보면 실무 경험을 쌓으면서 책이나 블로그를 통해 뛰어난 이의 생각을 보고 배울 수 있었기에 여기까지 온 것 같다. 여기서 소개하는 커뮤니티가 필자에게 그랬듯 독자 여러분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최재훈 | 휴학 전까지 타과 전공이나 4학년 전공부터 들었던 터라 이제야 ‘프로그래밍 언어’를 비롯한 3학년 전공 강의를 듣고 있다. 객체지향기법에만 적응해오다가 갑자기 함수형 언어 같은 생소한 패러다임을 접하니 약간 헷갈리기는 해도 낯선 타국 풍경에 매료되는 듯한 느낌이다. 지난 해에 참가한 ‘대안언어축제’의 추억도 되살아나서 즐겁다.

포트란의 창시자 존 배커스씨 타계 소식

알립니다. 이 섹션은 늦었지만 포트란의 창시자 존 배커스씨 타계 소식에서 읽어주세요.

촌철살인의 미학 – 만화

요즘은 온라인 서점에서 주로 책을 구매한다. 그렇지만 가끔은 대형 서점이나 동네 서점에 들려서 책 향기를 즐기다 돌아오곤 한다. 지난번에 동네 서점에 갔을 땐 문득 ‘요즘도 컴퓨터 관련 서적이 많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쪽 코너로 발걸음을 옮겼다. 2000년 초반 무렵과 다른 게 전문서적이 줄어서 아쉽다는 생각을 하는데 뒤편에 진열된 아이들 책이 눈에 띄었다. 형형색색의 책 표지에 눈이 어지러웠다. ‘만화로 배우는 XX’와 같은 책이 수북하게 쌓여있었기 때문이다.

아이들 공부에만 만화가 사용되는 것은 아니다. 고도의 지적 노동을 하는 소프트웨어 개발자도 만화를 활용하곤 한다. 이렇게 만화가 널리 쓰이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Using Cartoons as an Effective Learning & Teaching Strategy에 따르면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 시각적 효과가 즉각적이다.

  • 연령이나 배경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이 무엇이 묘사되어 있는지 자신만의 해석에 따라 즉각적으로 반응한다.

뒤에서 소개할 마틴 파울러와 같이 진지한 글을 읽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때로는 짧고 웃음을 유발하는, 그러나 그 속에 뼈가 있는 그런 만화를 즐기는 것이 매우 즐겁다. [그림 2]는 ShodowCulutre’s Bug Bash라는 만화이다.

Bug Bash - Job Postings To Avoid
[그림 2] Bug Bash (출처: http://www.bugbash.net/comic/88.html)
  • 1컷. 피해야 할 구인 광고

  • 2컷. 너무 많은 두문자어. LPM, ERP, ARQ, RSVP 등등.

  • 3컷. 성장할 기회가 없는 게 분명할 때. 구직자. 누구세요? 노인 왈. 인턴이지.

  • 4컷. 벽에 묻는 핏자국. 구직자. 여기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면접관. 아무 일도! 얼마나 알고 있는 거요?

[그림 2]의 만화를 보고 어찌나 웃었던지. 재미를 넘어서 그 안에 담긴 의미에 공감했기에 더 웃었던 것 같다. 4컷 짜리 만화가 A4 4장짜리 칼럼에 맞먹는 메시지 전달을 하고 있는 셈이다. 만화의 시각적 효과란 이걸 말하는 게 아닐까? 글은 정말 세심하게 쓰지 않으면 저자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독자들이 저마다 다르게 해석하게 된다. 하지만 만화는 미국인이든 한국인이든 아니면 터키인이든 같은 메시지를 전달받는다. 이제와 생각해보면 중학교에서 친하게 지내던 친구가 만화를 그리는 걸 보고 부러워했던 것도 다 이런 이유 때문인 것 같다.

한국에도 김국현의 낭만 IT라는 유명한 블로그가 있다. 지난 가을엔 신랑감이라는 약간 냉소적인 3컷 만화를 보고, 몸을 가꿔야겠다는 생각까지 했을 정도다. (가을엔 열심히 운동했지만, 겨울에 인턴 생활하면서 원상 복귀한 느낌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블로그 저자가 바쁜 탓에 자주 업데이트되지 않는 게 아쉽다. 반면 Bug Bash는 일주일에 한번 꼴로 업데이트되기 때문에 자주 웃을 수 있다.

만화만으로도 멋진 작품이 나오지만, 글과 만화가 합쳐지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Head First Java 등을 비롯한 시리즈로 유명한 Creating Passionate Users에서 그런 사례를 볼 수 있다. [그림 3]는 Is your app an ass-kisser?라는 글의 일부다. (필자도 안다. 제목이 조금 자극적이다.) 과시형, 나만 믿으라는 형, 우유부단한 형 등의 인물 유형을 제시하고, 만약 여러분의 애플리케이션이 고용인이라고 한다면 다음 중 어느 인물을 선택할 건지 생각해보라고 묻는다. 정답을 제시하지 않고 독자 스스로 생각하게 만드는 기술이 일품이다.

우유부단한 사람
[그림 3] 우유부단한 사람

오늘의 커뮤니티 – 마틴 파울러

마틴 파울러

저는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 디자인을 다루는 저자이자, 연사이며 컨설턴트입니다. 이 웹사이트에서 가능한 한 많은 정보를 온라인에 올려놓고 있습니다. 제가 쓴 책이나 다양한 온라인 기사, 그리고 제 작업과 관련된 영역으로의 링크가 있습니다. 저의 주 영역은 객체지향 개발, 리팩토링, 애자일 방법론, 엔터프라이즈 애플리케이션 아키텍처, 도메인 모델링, 익스트림 프로그램밍입니다. 저는 걸출한 애플리케이션 개발 및 컨설팅 회사인 ThoughtWorks 사에서 일합니다.

마틴 파울러의 블로그이다. 그는 초판이 출간된 지 10년이 다 되어 감에도 여전히 주요 인터넷 서점에서 베스트셀러로 꼽히는 『리팩토링』의 공저자 중 한 명이다. 마틴 파울러가 블로그에서 직접 말했듯이, 객체지향개발이나 리팩토링 그리고 엔터프라이즈 애플리케이션 아키텍처와 관련된 주옥 같은 글이 자주 올라온다. 필자처럼 아키텍트가 되고자 하는 개발자가 세계적인 전문가의 의견을 들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채널이다. 그의 아이디어는 애자일 방법론과 탄탄히 묶여있어서 단순한 기술 영역을 넘어서 아키텍트로서 동료나 고객 등과 어떻게 소통하고 소프트웨어를 디자인해야 하는지를 배울 수 있다.

마틴 파울러는 시대를 앞서가는 인물이다. 그는 리팩토링, 특정 도메인 언어, 지속적인 통합(지속적인 통합은 필자가 자주 인용하고 글 소재로 써먹는 주제이기도 하다) 등의 개념을 진작에 주창했다. 루비가 인기를 얻기 전부터 강력한 지원자였으며, 루비 온 레일스에 적용된 액티브 레코드 패턴을 내놓았다. 단순히 최신 디자인 개념을 익히는 게 아니라 미래를 앞서 볼 수도 있다.

이렇게 칭찬을 늘어놓았지만 세상 일이 다 그렇듯 골치 아픈 점도 있다. 요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여타 블로그와 달리, 마틴 파울러의 글에선 그림이나 사진과 같은 시각 자료를 찾아보기 힘들다. 문자로만 이뤄진 글을 읽는 게 때론 고역이다. 더욱이 그가 쓴 글 하나하나는 제법 분량이 된다. 가장 최근에 쓴 글 중 하나인 NetNastiness를 워드에 복사해봤다. 총 1640자이고 폰트 크기 12일 때 A4용지 4.5장에 약간 못 미치는 정도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그의 글을 읽는 게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다행히 좋은 소식이 있다. 블로그 Younghoe.info에서 번역 작업을 하고 있다. 대가도 바라지 않고 마틴 파울러의 글 중 일부라도 열심히 번역해주어서 감사할 따름이다.

오늘의 팁! 멋진 블로그 찾아내기 2편. ? RSS 리더부터.

2004년 11월 처음 블로그를 개설했다. 블로그 경력 2년 6개월 가량되었으니 트랙백과 댓글의 차이라던가 RSS 리더 중 쓸만한 제품 10가지와 같은 제목의 글을 쓰는 것은 눈감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개구리 올챙이적 생각 못한다고, 주변 사람 모두가 블로그에 대해 잘 알거라 착각하곤 한다. 가끔 소프트웨어 개발자나 전산학과 학생에게 블로그에 대해 신나게 이야기하다가, 어느 순간 그들이 필자가 하고 있는 말을 전혀 이해 못하고 있다는 걸 깨달을 때가 있다. 일반인도 아니고 소프트웨어로 생계를 이어가는 사람들이니 당연히 알거라 넘겨짚은 탓이다. 멋진 블로그 찾아내기 1편에서도 똑 같은 실수를 저질렀다. 책의 저자나 참고 문헌을 유심히 보라고 조언했지만, 정작 독자 여러분이 RSS 리더를 갖고 있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RSS를 이용하면 블로그를 일일이 방문하지 않고도 새 글이 올라온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이메일로 소식을 받아보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RSS는 이메일이고 RSS 리더는 아웃룩과 같은 클라이언트 프로그램이다. 필자는 개인설치용 웹 기반 RSS 리더를 설치해서 200개가 넘는 블로그의 정보를 한눈에 보고 있다. [그림 1]에 실례가 제시되어 있다. 빨간 원을 보면 최근에 업데이트된 글이 있음을 자동으로 알려주는 걸 알 수 있다. 보통 한 권의 책에서 서너 개의 좋은 블로그를 찾아낼 수 있다. 마소와 같은 컴퓨터 잡지라면 필자들 홈페이지만 합해도 10개는 넘는다. 이렇게 차곡차곡 모아가다 보면 금방 100개를 넘기는 데, RSS 리더 없이 하나하나 웹 브라우저에 주소를 치고 방문하다 보면 진이 빠지고 만다. 게다가 힘들게 방문했는데 새 글이 없을지도 모른다.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좋은 웹 기반 RSS 리더가 많다. 그러니 블로그 방문하느라 고생하지 말고 RSS 리더로 시간을 아껴서 남는 시간에 데이트라도 하면 좋지 않을까?

시각자료가 있는 글과 마틴 파울러의 글
[그림 4] 시각자료가 있는 글과 마틴 파울러의 글
RSS 리더
[그림 5] 시각자료가 있는 글과 마틴 파울러의 글

RSS와 RSS 리더 사용법을 자세히 설명하기에는 지면이 부족하므로, 여기서는 RSS 리더를 활용하면 얼마나 생산적으로 새로운 정보와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지 보이는 데 주력했다. 여러분이 RSS가 얼마나 멋진 도구인지 공감했다면 김중태씨의 『RSS 구독기로 웹서핑 시간 줄이기』를 일독하기를 권한다.

끝마치는 말

4월 5일. 며칠 째 찬 바람에 옷깃을 여미기는 하지만 봄다운 해맑은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강의 들으러 기숙사를 나서면 어디나 벚꽃과 목련이 화려하게 피어있는 모습이 눈에 밟힌다. 눈 내리던 3월이 지나 이제야 봄이 왔다는 실감이 난다. 독자 여러분도 사무실이나 집을 떠나 봄을 만끽하길 바란다.

최 재훈

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고성능 서버 엔진, 데이터베이스, 지속적인 통합 등 다양한 주제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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