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클 걸기 – 출산 기피 부담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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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ost last modified:December 17, 2010

진화론 논쟁이 있은 지 어느 새 한 달이나 지났다. 설마 한 달이나 지났을 줄이야. 그저 2 주 정도 지났겠거니 했는데 말이지. 시간이 없다. 이렇게 말해도 실은 시간은 있고 더 중요한 일에 쓸 뿐이다.

논쟁을 길게 할 여력이 없는 것은 분명한데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가는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웹 커뮤니티를 지켜보자면 하고픈 말이 끓어오르기도 한다. 그래서 평소에 말하던 식으로 문제 제기 위주로 진행해보려 한다. 그러면 글이 짧아질 테니. (이미 서론이 한참 길어지긴 했지만).

아이란 세상에 둘도 없는 존재인가?

결혼도 한 적이 없는 나로선 아이가 자신에게 제일 중요한 존재라는 부모의 마음이 솔직히 와 닿지 않는다. 사실 누군가 자기 자식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뭐라 할 이유가 없는데, 나도 그렇게 한가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결혼을 아직 안 했거나 할 마음이 없는 사람 입장에선 점심 시간 등 틈만 나면 기혼자들이 “언제 결혼해요?”라는 식의 질문이 귀찮다.

아, 또 길어진다. 오래된 습관이라 쉽지 않군.

요점만 생각해보자. 여러분은 남에게 결혼을 강요할 정도로 아이가 가치 있는 존재라고 생각하는가?

그렇지 않다

좋다. 스스로도 잘 알겠지만 당신은 소수파다. 나로선 다수 의견에 태클 걸어보는 게 취미이기 때문에 특별히 더 할 말이 없다.

그렇다

이 또한 좋다. 당신은 다수파이다. 그러니 조금 태클 건다고 쪼잔한 마음을 품지는 않으리라 생각한다. 대인배의 마음가짐으로 이야기를 들어보길.

출산 기피 부담금

트위터에서 자꾸 언급되길래. 오늘의 본 주제로 삼는다.

인구 구성의 변화

이 블로그를 오랜 기간 구독했거나 지인이라면 한참 전부터 이민제도를 죄다 뜯어고쳐야 한다는 주장을 짜증나게 들었으리라. 나로선 늙어 일하기 힘들고 귀찮을 때 연금이 바닥을 드러낸다던가, 이 나라가 경기 침체의 수렁에서 헤어나오지 못한다던가 하는 빌어먹을 사태가 벌어지지 않길 바란다. 늙어 죽을 때까지 일해도 좋다는 사람도 내가 이 사회에 기여한 만큼은 돌려 받고, 돈에 얽매이지 않고 이런저런 시도를 해보며 살고 싶을 것이다. 그러려면 연금이든 뭐든 내가 낸 만큼은 혜택을 누려야 할 것 아닌가?

그러자니 출산율 저하가 신경 안 쓰일 수가 없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No Country for Old Men) 지만 노인만의 나라는  곧 올 것 같다. 악몽이 따로 없다. 지금 마음 같아선 돌려 받지도 못할 국민 연금 따위 돌려 받고 이민자가 많은 젊은 나라로 도망가고 싶다.

그래서,

출산 기피 부담금 같은 이야기가 나온다. 내 연금 받아 먹을라면 꼬맹이들이 많긴 해야 한다. 그건 사실.

좀더 과감하게 이야기하자면 아이들이 엄청나게 많다면 내가 연금 10만원을 내고 20만원(당시 가치로)을 돌려 받을 수도 있다. 내 입장에선 출산 기피 부담금이든 뭐든 도움이 될만한 것이라면 뭐든 찬성해야 맞는데,

비용 분석

출산 기피 부담금이란 칼럼에선 출산 기피를 함으로써 얻는 편익이 훨씬 크기 때문에 부담금이란 형식으로라도 그 차이를 줄이자고 한다.

일단 여기서 앞서의 질문으로 돌아간다.

아이는 세상에 둘도 없는 존재인가?

만약 이 명제에 동의한다면 편익 분석은 크게 잘못됐다. 세상 무엇보다 가치 있는 존재를 낳지 않는다니. 출산 기피는 어리석은 결정이 된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편익 분석은 반대로 해야 된다. 최소한 출산 기피라는 행위를 통해 뭔가 이득을 보고 있다는 식의 시각은 버려야 할 것이다. 차라리 어리석은 행동을 통해 사회 전체의 이익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는 게 낫겠다.

존나 똥줄이 타긴 한다

인구 구성의 변화 속도가 장난 아니긴 아니라서 똥줄이 타긴 한다. 당장은 내가 밥 벌어먹고 사는 소프트웨어 산업계가 어떻게 될지 걱정이고, 먼 미래는 말하자면 아까의 이야기로 돌아가 연금이 걱정된다.

그래서

저출산 문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이고, 이미 그 수준이 심각하여 일반적이고 임기응변식의 방편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

라는 말엔 수긍이 간다.

데드라인

소프트웨어 업계의 만성적인 데드라인 관행은 이 분야 종사자는 다 안다. 빨라야 2년 걸리는 프로젝트를 1년 만에 끝내라는 정도는 어머니의 잔소리 만큼 흔해 빠졌다.

이 이야기를 왜 하냐? 시급한 문제라고 무턱대고 달려들면 2년짜리 프로젝트가 3년이 지나도록 안 끝나고 결국 접힌다는 인정하긴 싫은 x같은 경험담을 들려주고 싶어서다.

처음 할 때 신중하게 잘 해야지 급하다고 마구 들이대면 싸대기 맞는다. 연애할 때도 그렇지 않나?

기금도 아닌 세금?

국민 연금 말인데.

사실 매달 내야 한다는 점, 의무라는 점 등에서 세금과 유사하다. 그러나 세금과 달리 연금은 목적이 분명하다. 그러나 세금은 다르다. 담배에 세금을 물려도 그렇게 모은 돈이 담배 중독자 등을 위한 사업에 쓰인다는 보장은 없다.

출산기피부담금도 마찬가지.

편익이 있다고 인정해보고

부담금이 기정 사실이라고 하고 시뮬레이션 좀 해볼까?

여기 두 여성이 있다. A양. B양.

A양은 아이가 없이 경력만 쌓았다. B양은 3년을 출산으로 휴직했다. 그래서 A양은 과장, B양은 대리이다. 연봉은 각기 4.5천과 3천이라 하자.

3년 동안 A양은 연봉이 3천, 3.5천, 4천, 4.5천이 되었다. 결국 편익은 1.2억 정도 된다. 물론 아이 양육비는 계산하지 않았다. 대충 소득의 절반이 들어간다 치면 편익은 1.8억 정도 되리라. 이자 소득 등은 귀찮으니 대충 계산해서 총 편익 2억이라고 치자.

그 이후의 양육비는, 글쎄 대충 1년에 천 만원씩 20년 잡아서 2억으로 적게 잡아보자.

 

얼마가 적당해?

부담금이 원래의 목적을 달성할 정도가 되려면 적게 잡은 4억의 편차를 극적으로 줄여야 한다. 지금의 현상을 되돌리려면 얼마를 보충해줘야 할까? 2억? 3억? 아니면 4억?

이번에도 적게 잡아서 2억이라 치자.

자, 당신이 독신자라고 하자. 자발적이든 아니든.

당장 내일 국회의원이나 정부 관계자가 내게 와서 “당신은 이 사회에 빚을 2억 졌으니 갚으시오!”라고 하면 x발 난 그 자식 면상에 침을 뱉고 싸대기를 올린 다음에 욕을 마구 해 줄 테다. 그게 내 솔직한 심정이다.

난 이 사회에 빚진 만큼은 이미 충분히 돌려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회사에선

다시 A양과 B양 이야기로 돌아가서,

당신이 A양이라고 하자. 열심히 경력 계발해도 4억이 아닌 2억만 번다. 갖은 욕을 사회나 정부로부터 얻어먹으면서 자유를 누린(?) 것치곤 보잘 것 없다. 그러면 과연 부담금을 매기자는 사람들의 주장대로 될 것인가?

된다고 치자. 자, 이제 모든 여성이 가임에 열을 올린다. 결혼을 하든 안 하든, 그게 중요한 건 아니니. 일단 빨리 임신할수록 유리하다. 그래야 부담금을 한 푼이라도 안 내지. 그러려면 군대처럼 경력 시작 전에 해결 보는 게 좋다.

이제 여기에 C군이 등장한다. 어차피 C군은 군대를 가느라 경력은 B양과 비슷하다. 그러니 공평한가? 여성이 경력 계발을 빨리 시작하는 지금 상황에서도 유리 천장 이야기가 나오는데 퍽이나 공평하겠네.

 

여자가 애 낳는 기계냐?

출산의 부담이라 하면 90% 이상은 여성이 진다는 건 인정하자. 양육은 이렇게 일방적이진 않겠지만.

부담금이네 뭐네, 사회에 대한 책임이네 뭐네 하는 논리가 얼마냐 무서운 건지 잘 모르나 보다. 열심히 경력 계발해서 남보다 세금 더 내면 그걸 잘 배분해서 아이와 그 부모에게 돌려주는 건 사회의 책임이다. 부담금 논리든 책임 논리든 이렇게 세금을 성실히 낸 시민에게 또 다른 굴레를 씌우는 것에 불과하다.

만약 돈이 더 필요하다면 부담금이 아닌 전체적인 세율을 늘리는 게 낫다. 하지만 아이를 가진 당신은 이런 주장에 동의하려나?

사실 당신이 언뜻 느끼는 것만큼 부당하진 않다. 경력 계발을 더 한만큼 연봉이 높다면 어차피 세율이 높아지는 그 구간에 들어섰을 것이기 때문이다. 굳이 부담금이란 형태로 특정인에게 굴레를 씌우지 않아도 필요한 자금은 확보 가능하다.

그럼에도 이런 식의 틀을 만든 것 자체가 기혼자, 그 중에서도 특히 기혼 남성들의 폭력이라 하겠다.

이민자나 받지

출산 기피 부담금은 그저 한 가지 제안일 뿐이니 별로 유감스럽지 않다. 사실 제일 자주 언급되는 해결 방안이기도 하니 또 말이 나온다 해서 신경이 그다지 쓰일 리 없다.

그런데 이제부터 부지런히 부담금 제도 도입하고 홍보에 열을 올려서 출산율을 우리가 원하는 정도만큼, 원하는 속도로 올릴 수 있긴 해?

될 법한 이야기를 해야지.

“이미 그 수준이 심각하기” 때문에 안 된다.

연금 고갈 위기를 막으려면 당장 싱싱한 젊은이가 필요하다. 공상과학 영화에서처럼 성인을 마구 복제할 수라도 있으면 모를까.

그래서 이민을 받자는 게다. 그러자니 역시 문제가 있긴 한데, 한민족이니 뭐니 하는 교육부터 깔끔히 제거할 필요가 있고, 차별적인 정책은 모조리 검토해서 이 세상에서 지워버려야 한다. 그 외에도 x랄 같은 장애물이 많아서 부담금 만큼이나 어렵다.

그래서?

부담금이니 뭐니 해서 출산율이 해결되진 않을 게다. 성공한 나라가 있긴 해? 아이 낳은 부모와 그 가족에게 재정적 도움이 된다고 해서 출산율 문제가 해결된다고 누가 그래? 선진국의 출산율이 하나 같이 낮은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해야지. 단순히 경제적인 문제 뿐이었다면 진작에 해결했을 게다.

어차피 해결도 안 될 곳에 돈을 투자하느니 이민자를 위한 지원 사업 등에 주력하는 게 낫다고 본다. 말 그대로 시간이 없기 때문에 되지도 않을 일엔 신경 끄자.

적어도 이민자 수용은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매년 한국 체류 외국인의 숫자는 기록 갱신 중이고, 한국에 오려는 동남아시아인도 많다. 한국에는 편견이 많아서 동남아시아를 무시하곤 하는데 영어 학원만 봐도, 백인 중에 학력이 높은 사람은 많지 않은데 반해 동남아시아 국가 출신인 사람 중에는 한국으로 치자면 서울대 출신자가 수두룩하다. 그들에게 공평한 기회만 준다면 열심히 벌어서 세금 내고 연금도 채워줄 것이다.

후기

짧게 쓴다는 게 ~~~~~~ 라 길어졌다. 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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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ubernetes, DevSecOps, AWS, 클라우드 보안, 클라우드 비용관리, SaaS 의 활용과 내재화 등 소프트웨어 개발 전반에 도움이 필요하다면 도움을 요청하세요. 지인이라면 가볍게 도와드리겠습니다. 전문적인 도움이 필요하다면 저의 현업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협의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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