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만경 – 요시다 슈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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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ost last modified:February 8, 2020
동경만경8점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은행나무

인제는 꽤 지난 일처럼 느껴지는 일화가 있다.

청첩장을 준다고 하길래 동아리 친구와 선배가 오랜 만에 한 자리에 모였다. 2주 간격으로 둘이나 결혼을 하게 되어 무척 기쁜 자리였다. 그럼에도 한편으론 마음이 답답했는데 그 심경을 한 마디로 줄여 말하자면, 차인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쩌다 보니 선배 한 명과 이 이야기를 나누게 됐다.

"너만 좋다면 함께 가자."라고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두세 달만 기다려줬다면 지금쯤 비자 받을 준비 중이었을 것이다. 이렇게 투덜거리자, 선배가 한 마디했다.

"네가 지금 이 곳에 있는 것 자체가 딱 그만큼만 사랑했다는 증거다. 정말 좋았다면 그 애가 뭐라 했건 따라갔을 것이다."

띵~~~

그렇지 않다고, 이런저런 복잡한 이유가 있어서 도저히 그럴 수 없었다고 변명했지만, 실은 한방 맞은 느낌이었다. 선배의 말이 맞을지 모른다는 생각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그 후의 결과만 놓고 보자면 따라가지 않은 나의 판단이 옳았지만, 정말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진실로 “네가 아니면 안 돼”라고 믿었다면 그딴 불길한 예측 따위는 무시하고 앞만 보고 달렸어야 했다. 내가 멍청했다.

동경만경은 그 일이 있은 후에 읽었던 듯 하다. 딱히 연애 소설이라 하기 힘든 이 소설에서 어떤 위안을 받았는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다만, 아래의 장면만은 잊지 못한다.

눈을 감으니 시나가와 부두 암벽에서 바다로 뛰어든 료스케가 필사적으로 도쿄만을 헤엄쳐 오는 모습이 떠올랐다. 건너올 리가 없다고 생각했던 그 무언가가 지금, 곧장 자기가 있는 곳을 향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료스케의 몸만이 아니라 그의 뭔가가, 도쿄만을 가로질러 곧바로, 지금 자기 쪽으로 헤엄쳐 오고 있는 것이다.

내게 이런 용기가 있었다면.

또 기회가 온다면 그 때는 똑같은 실수를 하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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