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야구

문득 소시적 동네야구를 하던 모습이 떠올랐다.

학원을 안 가는 날이나 한가한 오후 무렵, 나는 글러브와 방망이를 챙겨 들었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조성된 노원구 상계동에 야구할 곳이 어딨냐고 궁금해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웬걸, 사방에 야구장이 있었다. 최근에 지어지는 아파트 단지와는 달리 비교적 초창기에 지어진 상계동 주공 아파트 1단지 지역에는 넓은 주차장이 있었고, 간혹 조그마한 동네 야구장도 있었다. 미도 아파트 101동에서 걸어 나와 제일 먼저 가는 곳은 103동 뒤편에 엄청나게 긴 주차장이다. 하긴 엄청나게 길지 않을지도 모른다. 어릴적엔 모든지 커 보이는 법이니까. 103동 뒤편은 아이들이 많을 때에는 정말 대단했다. 긴 주차장을 1:4정도 비율로 잘라 1/4은 가로로 미니 야구를 하고, 긴쪽은 제대로 된 동네 야구를 했다. 혹자는 동네 야구에 제대로 된 것이 어딨냐고 할지도 모른다. 맞다. 하지만 동네야구도 그 나름의 규칙과 즐거움이 있는 법.

여하간 이 곳은 너무나 길어서 공이 뒤로 빠지면 대책이 없었다. 초등학생 동네야구 투수가 제까짓께 얼마나 잘 던지겠는가. 허구헌날 포수만 고생이다. 덕분에 이 장소에서는 이른바 ‘들고까기’가 유행했다.  공을 몇번 튀긴 다음 치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렇게 해야 실수할 확률이 적기 때문이다. 허나 나처럼 동네야구 밥을 몇년 먹은 고참들은 간혹 잘난체 하느라 한손으로 공을 위로 던져놓고, 재빨리 방망이를 휘두르곤 했다. 다행스럽게도 ’들고까기’도 삼진 아웃제를 도입했기 때문에 웬만해서는 망신 당할 일은 없었다. 

가로쪽을 쓰는 경우에는 보통 두팀으로 나누지를 않고, 돌아가며 한 사람씩 타자를 하는 방식을 취했다. 여기서는 ’들고까기’를 할 수 없었는데 그 이유는 명백했다. 아파트 유리창을 깰 수 있기 때문이었다.

미도 아파트 103동 뒤편에 사람이 없는 날은 바로 앞 주공아파트 107동(어쩌면 117동)으로 달려갔다. 이 곳은 아파트 3채가 가운데 공터를 만들고 있었다. 그래서 야구하기에는 그만이었다. 공이 빠질 일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잘나 봐야 초딩인데다가 테니스공으로 야구를 하는 탓에 뭔 놈의 공이 그리 잘 튀는지, 수비수가 공을 잡기가 보통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 곳에서라면 공이 빠져도 똥개 훈련을 하지는 않아도 됐다.

눈치 빠른 사람은 지금쯤 알았겠지만, 아파트 주민들에게는 야구를 한답시고 몰려드는 꼬맹이들이 여간 귀찮은 것이 아니었다. 주차장 사이를 누비며 야구를 하니, 시끄러운 것도 문제지만 때로는 테니스 공이 차에 맞기도 했다. 뭐 테니스 공이 튼튼한 차에 좀 맞는다고 흠집이 나는 것도 아니지만, 기분은 찜찜했을 터였다. 그런 까닭에 간혹 화를 내며 뛰쳐나오는 아줌마, 아저씨들 때문에 도망가야 하는 일도 있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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